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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대 웹진 스타트 UP! ] 영점영 - 이지성 대표

I am Glass to meet you?! 폐유리 업사이클링 그룹 0.0 영점영 이지성 대표 (국민대학교 실내디자인학과 09)

Amor Fati, 네 운명을 사랑하라. 독일의 철학자 F.W. 니체가 한 말이다. 인정하고 싶지 않은 상황을 긍정하고, 자신의 인생을 온전히 사랑하라는 의미이다. 폐유리 업사이클링 그룹 0.0(영점영)도 이러한 운명애(運命愛)로 탄생했다. 실내디자인과 유리조형학을 전공한 이지성, 강나래 대표가 주어진 상황에서 즐겁게 일할 수 있는 창직(創職)을 찾은 것이다. 그들은 재활용이 불가능한 폐유리와 유리병들을 수거해 쓸모 있고 아름다운 생활 디자인·공예품으로 부활시키고 있다. 버려진 유리를 보석보다 빛나는 제품으로 재탄생시켜 대중에게 유리공예를 알리고 있는 0.0을 만나봤다.

Q 0.0 은 어떤 일을 하는 곳인가요? 창업 취지와 함께 설명해주신다면.

0.0은 폐유리 업사이클링 그룹이에요. 자원으로 재활용이 불가능한 유리들을 수집해서 아름다운 물건으로 만드는 곳이죠. 창업 아이템은 공동 대표인 강나래 작가의 석사논문 내용에서 착안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유리공예가 생소한 분야이고, 재료도 비싸서 순수 쪽으로 치우칠 수밖에 없어요. 그래서 어떻게 하면 유리공예를 대중에게 쉽고 재미있게 다가가게 할 수 있을까 생각하다 만들게 됐어요. 또 그 동안 작업에 제한을 받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간절했는데, 여러 면에서 폐유리 업사이클링이 적합한 아이템이라 생각됐습니다.

Q ‘0.0’이라는 이름과 ‘I am Glass to meet you’ 브랜드 슬로건이 돋보입니다.

저희 로고를 보면 영점영 밑에 빗금무늬가 있어요. 이 빗금무늬가 건축에서는 단 차이를 나타내는 기호예요. 문턱이 있는 곳에 그런 기호를 그려놓고 수치를 써놓거든요. 그런데 저희는 ‘0.0’이잖아요. 단이 없다는 뜻이에요. 경계가 없다는 거죠. 0.0이라는 것은 모든 가능성이라고 생각해요. 유리공예를 장르 경계 없이 다양하게 해보고 싶다는 저희 비전을 담은 이름이요. 슬로건 ‘I Am Glass to meet you’는 대중들에게 유리공예로 친숙하고 반갑게 다가가고 싶다는 의미를 표현한 거고요.

0.0이라는 것은 모든 가능성이라고 생각해요.

Q 어떤 제품들을 만들고 계신가요?

순수 작업물부터 다양한 제품들을 만들고 있어요. 기업체로서 판매하고 있는 것은 액세서리나 향초가 대표적이고요. 폐유리는 윗부분과 아랫부분으로 나뉘는데, 아랫부분은 컨테이너 역할을 해서 디퓨저 같은 방향제 용기로 활용돼요. 강나래 작가는 유리공예 전반에 걸친 기법들을 활용해서 일상생활에서 활용할 수 있는 디자인 공예품들을 만들고 있어요. 최근에는 새롭게 조명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Q 소주병과 맥주병은 사용하지 않는다고 들었습니다. 이유가 있다면?

소주병이나 맥주병은 재순환이 가능해요. 재순환이 가능한 것은 굳이 변형하기 보다는, 그대로 활용하는 게 옳다고 생각하고요. 그래서 우리나라 술병은 병이 깨졌을 경우만 사용하고, 주로 폐기처분되는 수입 맥주병이나 와인병을 활용하고 있어요.

Q 여러 분야의 디자이너들이 함께 일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고정 멤버는 총 4명이에요. 강나래 대표는 유리공예와 관련된 기획과 디자인을 담당하고, 저는 제품 브랜딩을 위한 시각 작업물을 만들고 있어요. 다른 두 친구는 도자공예와 교육 설계 분야를 맡고 있고요. 이렇게 고정 멤버들을 기준으로 프로젝트에 따라 외부 디자이너를 충원하는 형태로 하고 있어요. 예를 들어, 요즘 저희가 진행하고 있는 ‘프로젝트 을’은 버려졌던 폐공장 공간을 새롭게 기획하고 디자인하는 작업인데, 이 일에는 공간기획자가 필요해서 그에 맞는 후배들을 영입해서 작업하고 있어요.

저희만의 시각과 노력으로 세상에 하나뿐인 작품을 만들어 내는 게 0.0의 경쟁력이라고 생각합니다.

Q 0.0은 ‘세상에 단 하나뿐인 디자인’을 한다고 들었습니다. ‘0.0’만의 경쟁력과 함께 설명해주신다면?

업사이클링에 대해 쉽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어요. 예를 들면 초등학교 미술시간에 과자박스로 뭔가를 만들면 그것도 업사이클링이라고 할 수 있거든요. 그런데 폐유리 업사이클링은 조금 달라요. 유리는 가공 자체가 까다로운데다 남들과 다른 시각으로 봐야 좋은 공예품이 탄생해요. 저희만의 시각과 노력으로 세상에 하나뿐인 작품을 만들어 내는 게 0.0의 경쟁력이라고 생각합니다.

Q 제품은 의뢰를 받아 제작하나요? 제품이 판매되는 사이트나 오프라인 매장이 있다면?

의뢰를 받아서 진행하는 경우도 있고, 교보 핫트렉스나 오브젝트라고 하는 홍대 편집샵에서 저희 제품을 판매하고 있어요. 온라인은 마이마스터즈(mymasters)라는 곳을 이용하고 있고요. 그밖에 아트시(Artsy)라는 온라인 입점 판로를 포함해서 다양한 유통채널을 확장해나가고 있는 중이에요.

Q 네트워크 형성도 중요할 텐데, 마케팅이나 홍보 활동은 어떻게 하고 계신가요?

사실 네트워크 부분은 낙제점이에요. 사업 초기에는 제가 마케터 역할을 했는데, 그러다 보니 처음 창업하고자 했던 본질이 흐려지더라고요. 지금은 그쪽 부분에 힘을 조금 뺀 상태인데, 작업물이 쌓이고 포트폴리오가 좋아지면 자연히 해결될 거라 믿고 있어요. 인적 네트워크는 제가 학생회장을 지낼 때 석사 논문을 지도해주셨던 교수님들, 창업보육센터 배인식 멘토님께 많은 도움을 받고 있습니다.

Q ‘0.0’의 수익구조는 어떻게 되어 있나요?

제품판매가 5할이라면, 나머지 5할은 교육관련 수입이에요. 얼마 전에 꿈타래학교와 관악어린이창작놀이터에서 ‘안녕 유리야’라는 제목으로 강의를 했는데, 업사이클링의 가치를 공유하고자 마련한 자리였어요. 강의와 함께 폐유리를 활용한 간단한 아트워크 프로그램을 넣었는데, 그게 계기가 되어 방과후학교와 울산지구 우리동네문화예술사업 커뮤니티와 연결이 돼서 지금도 업사이클링 문화수업을 하고 있어요.

제가 좋아서 하는 일이니까 열심히 하다 보면 언젠가 잘될 거라고 믿어요.

Q 운영하는데 느끼는 어려움은 무엇인가요? 또 어떻게 극복해오셨나요?

금전적인 문제가 제일 어렵죠. 아마 모든 스타트업이 겪는 공통된 어려움일 거예요. 그런데 생각해보면 그런 어려움 자체가 기회이기도 해요. 그런 절박함에서 나온 게 ‘폐유리 업사이클링’이니까요. 극복방법은 특별한 게 없어요. 그저 막연한 확신과 자기최면이죠(웃음). 제가 좋아서 하는 일이니까 열심히 하다 보면 언젠가 잘될 거라고 믿어요. 지원사업도 두 번 정도 받았고, 사업규모도 조금씩 커지고 있으니 이 정도면 원만하게 풀리고 있다고 생각해요.

Q 경제적인 부담을 줄이고, 사회적으로 기여할 수 있다는 것이 업사이클링 브랜드의 장점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이 일의 가치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공감’인 것 같아요. 저희 세대에서 공예는 참 어려운 일이거든요. 요즘 ‘삼포세대’라는 이야기를 많이 하잖아요. 저희 입장에서는 그런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한 돌파구가 폐유리 업사이클링이었어요. 전적으로 우리 아이디어와 노력만으로 극복해야 하는 일이니까요. 굉장히 좋은 기회라고 생각해요. 요즘 젊은이들이 겪고 있는 제일 큰 문제와 맞닿아있고, 그런 면에서 ‘공감’을 줄 수 있는 것이 저희 일의 가치라고 생각합니다.

Q 보석보다 반짝이는 제품을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하셨는데, 앞으로의 계획과 포부를 들려주신다면?

지금은 ‘청년참’ 프로젝트를 준비하고 있어요. ‘청년참’은 서울시가 청년 일자리 문제 등을 해결하기 위해 만든 ‘청년허브(http://youthhub.kr)’의 일환인데, 인구 공동화(도심 지역 중 주거기능의 약화로 상주 인구가 감소하는 현상)가 심한 을지로 지역에 예술가와 디자이너가 입주해서 지역을 활성화시키는 일이에요. 을지로스럽지만, 을지로에 없던 ‘대안 휴식공간’을 만드는 게 이번 프로젝트의 목표예요. 그리고 기회가 된다면 리빙페어나 디자인페스티벌, 국제공예트렌드페어에 저희 제품을 출품할 계획이에요. 0.0은 작업을 통해서 행복해지는 게 목표예요. 지금껏 보지 못했던 작업들을 의미 있고 즐겁게 해나가는 게 저희들의 지침이고 약속입니다.

Q 0.0을 창업하는데 가장 큰 영향력, 도움을 준 수업이 있다면?

주재우 교수님의 디자인과 마케팅 수업은 창업에 큰 도움이 됐어요. 이규홍 교수님의 유리공예 수업은 저희 작업물 제작에 도움이 되고 있고요. 지도교수님이신 안성모 교수님은 세상을 달리 보는 통찰을 많이 제시해주셨어요. 또 저희 사무실이 학교에 있다 보니 가끔 저녁에 교수님들께 술도 한잔 얻어 먹으면서 자문도 구하고 민폐 끼치고 있습니다(웃음).

자기만의 가치관에서 나오는 의지가 창업에서 가장 중요한 덕목이라고 생각합니다.

Q 창업을 하는데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그 이유는?

의지요. 내 생각대로 되는 것은 하나도 없어요. 이 일을 1년 동안 해보니까 당장 1분 뒤도 모르는 게 창업이더라고요. 그때마다 흔들리지 않으려면 불굴의 의지가 있어야 해요. 그래야 실패를 하더라도 의지로 일어나죠. 의지가 꺾이면 다른 길을 선택하거나 좌절할 수도 있으니까요. 그리고 의지의 윗단에 있는 게 비전, 가치관이라고 생각해요. 자기만의 가치관에서 나오는 의지가 창업에서 가장 중요한 덕목이라고 생각합니다.

Q 대표님의 최종적인 꿈은 무엇인가요?

일을 하면서 배운 게 있어요. 주로 연남동이나 문래예술촌을 예로 드는데, 이런 곳들은 대개 예술가들이 입주해 살면서 독특한 분위기가 먼저 형성되고, 그 후 카페가 들어서면서 마지막엔 대기업들이 들어와서 망한다는 이야기가 있어요. 저는 그런 모습이 좀 바뀌었으면 해요. 그렇다고 상업논리를 전적으로 부인하고 무시하는 것은 아니지만 순수 창작자들의 마음이 지켜질 수 있을 문화가 만들어졌으면 해요. 그게 최종적인 꿈이고, 그 가운데서 내 작업을 꾸준히 하는 게 개인적인 목표예요.

Q 끝으로 후배들에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창업을 생각하고 있다면 일단 말리고 싶네요(웃음). 하지만 혼신의 힘을 다해 해보고 싶다면, 후회없는 선택이라고 응원해줄 거예요. 또 취업을 하든 창업을 하든 꼭 당부하고 싶은 것은, 이후의 삶도 고민해봤으면 하는 거예요. 아무리 좋은 기업이라도 내 인생을 온전히 책임져줄 수는 없거든요. 지금 당장 눈 앞의 것만 보지 말고, 10년, 30년 후의 삶도 생각해봤으면 좋겠어요. 앞으로는 개개인의 가치 있는 삶이 존중받는 사회가 될 거거든요. 또 후배들이 빨리 제 주변으로 와서 좋은 토대를 만들어주었으면 합니다(웃음).


이지성
Education
2014 B.A 국민대학교 조형대학 실내디자인학과

Award & Exhibition
2014 기아자동차 디자인 산학 우수연구원 수상
2014 CAPSTONE DESIGN SPOT 수상
2014 한국디자인 진흥원 디자인 재능기부자
2013 제일기획 아이디어 페스티벌 파이널리스트

강나래
Education
2013 M.A 국민대학교 디자인대학원 유리조형디자인전공
2008 B.A 국민대학교 조형대학 실내디자인학과

Award & Exhibition
2014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 육성사업 선정
2013 세라믹스 리빙오브제 공모전 장려상, 한국도자재단, 한국
2013 Stanislav Libensky Award Exhibition
2013 Royal Summer Palace at Prague Castle, Czech

홈페이지
http://meet0dot0.com

- 국민대 웹진 스타트 UP! vol. 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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