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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정보]벤처강국 이스라엘, 비결은 창업 생태계 글쓴이 왕무호
날짜 13.04.02 조회수 7017
한국경제신문 2013.03.19(화)
 
한경 연중기획 - 창조경제로 일자리 빅뱅

< 창업 생태계 : 과학기술·인재육성·유대인 네트워크 >
이스라엘 예루살렘 헤브론가에 있는 벤처캐피털 JVP가 운영하는 창업 인큐베이터 ‘미디어 쿼터’. 지난주 이곳을 찾은 기자는 벤처기업 코렐러의 공동 창업자 겸 최고기술자(CTO) 로렌 탈보처 박사(38)를 만났다.

코렐러는 페이스북에 올라온 글과 영상 등을 통해 특정인이 어떤 게임과 영화 등에 관심을 갖는지 이른바 개인의 사회적 성격분석하는 기업이다.

탈보처 박사는 “우리는 성공할 것입니다. 한국에도 잘 알려주세요”라며 인터뷰 내내 열정을 쏟아냈다. 그는 기자가 귀국한 뒤에도 세 번이나 이메일을 보내 “기사 언제 나오냐”고 되물었다. 흔히 이스라엘의 정신으로 얘기하는 ‘후츠파’(놀랍고 당돌한 용기)를 체험하는 시간이었다.

박근혜 정부가 국정목표로 추진하고 있는 ‘창조경제’의 롤모델로 꼽히는 이스라엘 경제 현장의 한 단면을 보여주는 사례다. 후츠파 정신으로 무장한 이스라엘 젊은이들은 청년실업률이 12.1%인데도 대기업 취직에 목매지 않고 탈보처 박사처럼 창업전선에 뛰어들고 있다. 에후드 올메르트 전 이스라엘 총리는 “창업은 일자리 창출의 도화선”이라며 “성공한 벤처기업가가 생겨나면서 유능한 젊은이들이 창업전선에 뛰어들고, 이들이 성공한 뒤 후배들을 위해 엔젤투자자가 되는 선순환 고리가 만들어졌다”고 설명했다.

창업 열기 덕분에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세계 각국 경제가 곤두박질치던 2009년 이스라엘은 1인당 소득 3만달러 이상 선진국 가운데 유일하게 플러스 성장(0.8%)을 달성했다. 2010년(5%), 2011년(4.6%) 연속 안정된 성장률을 보였다. 작년엔 3.3%로 다소 주춤했으나 올해는 3.8%로 반등할 것이라고 이스라엘 중앙은행은 전망했다.

‘바이 이스라엘(Buy Israel)’ 열기는 매년 신기록을 갈아치우며 폭발하고 있다. 2009년 44억달러이던 외국인 직접투자(FDI)는 2010년 52억달러, 2011년 114억달러로 급증했다. 작년 3분기까지 74억달러를 기록 중이다.

청년 기업가 넘치는 이스라엘…대기업 입사만 매달리는 한국

이스라엘의 창업 열기가 식지 않는 이유는 과학분야 노벨상 수상자를 4명이나 배출할 정도의 탄탄한 과학기술 저변에 후츠파로 무장한 청년기업가들이 넘쳐나고 있는 덕분이다. 또 세계 각국의 금융과 서비스 산업을 주름잡고 있는 유대인 네트워크와 ‘엘리트 부대’로 상징되는 소수 인재 육성 프로그램이 시너지를 낸 결과이기도 하다.

박근혜 정부도 미래창조과학부를 신설하며 창조경제를 꽃피우기 위한 노력을 시작했다. 하지만 과학기술을 창업, 상업화로 연결하는 혁신 생태계를 대대적으로 정비해야 하는 등 과제가 산적해 있다. 무엇보다 창업보다는 대학, 연구소, 대기업 등 안정적인 직장에만 몰리는 젊은이들의 발걸음을 돌리는 게 시급하다.

60개국의 기업가 정신을 비교 연구한 GEM(Global Entrepreneurship Monitor)에 의하면 한국의 창업활동지수는 2008년 세계 2위에서 지난해 세계 10위로 뒷걸음질쳤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국내총생산(GDP) 대비 벤처캐피털 투자금액 비율도 2008년 4위에서 지난해 18위로 떨어졌다.

한국경제신문이 2002년, 2011년에 이어 이공계 인재 육성을 위한 스트롱코리아 캠페인을 다시 시작하는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지난해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이과를 지원한 학생은 15만명 수준으로 최고치를 기록했던 1997년(35만명)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

예루살렘=남궁 덕 중기과학부장 nkdu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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