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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정보]이상민 더하이브 사장, 대학생 패기로 '창업 도전'…보쉬도 기술 탐내 글쓴이 왕무호
날짜 13.05.10 조회수 8671
한국경제신문 2013.05.09.(목)
 
'USB 충전식 전동 드라이버' 돌풍

"올매출 100억원 거뜬"
IT업계서 알바하다 영감…돈·기술없지만 창업 결심
모형제품 들고 美서 설명회…보쉬와 내달 라이선싱 계약

< 보쉬 : 세계1위 전동기구업체 >
박철규 중소기업진흥공단(이하 중진공) 이사장이 지인들을 만날 때 주는 선물이 있다. 중진공이 운영하는 청년창업사관학교를 지난 2월 졸업한 벤처기업인이 만든 ‘USB 충전방식 전동 드라이버’다. 박 이사장은 이 제품을 개발한 이상민 더하이브 사장(28)을 ‘진정한 청년 벤처기업 정신의 소유자’라고 칭찬했다. 이 사장의 어떤 매력이 박 이사장을 홀렸을까.

○가볍고 쓰기 쉬운 전동 드라이버

이상민 더하이브 사장이 자신이 개발한 USB 충전식 전동 드라이버를 설명하고 있다.  /신경훈 기자 nicerpeter@hankyung.com

이상민 더하이브 사장이 자신이 개발한 USB 충전식 전동 드라이버를 설명하고 있다. /신경훈 기자 nicerpeter@hankyung.com

이 사장은 지난해 1월 더하이브를 창업했다. 그는 아직 서울시립대 건축학과 4학년인 학생이다.

그가 만든 ‘USB 충전방식 전동 드라이버’는 한손에 쏙 들어오는 크기에 전용 어댑터 없이 USB코드로 차량이나 컴퓨터 등에 꽂아 쉽게 충전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무겁고 쓰기가 불편한 기존 전동 드라이버보다 훨씬 가볍고 충전과 조작이 간편해 작업자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이 제품의 혁신성과 상품성을 알아본 일본의 가정용품 유통업체 카인즈홈은 작년 12월 연간 24만대, 45억원어치를 구입하겠다고 계약했다. 세계 1위 전동공구 업체인 미국 보쉬는 미국과 유럽시장에서 이 제품을 생산, 판매하겠다는 제안을 해왔다고 이 사장은 전했다.

○아르바이트 시절 아이디어

이 사장이 전동공구 사업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2010년 군 제대 후 버스정보기기 회사에 잠시 근무하면서 겪은 일 때문이었다. 버스정류장 전광판 제조·설치회사에서 일했던 그는 기술자들이 크고 불편한 전동 드라이버 탓에 고생하는 것을 봤다. 그는 “작고 편하게 만들면 좋은 사업이 되겠다”고 생각했다.

이 사장은 3개월 만에 회사를 그만두고 창업을 결심했다. 그때가 25세였다. 의욕과 아이디어만 있었지 돈도 기술도 없었다. 그는 직접 사업계획서를 만들어 각종 창업경진대회에 참가했다.

반응은 좋았다. 참신한 아이디어와 사업 가능성으로 각종 대회에서 연달아 입상했다. 그는 해외 반응이 궁금했다. 이 사장은 청계천에서 산 소형 모터와 기어 박스, 인터넷에서 구입한 배터리, 휴대폰용 USB 등을 붙여 만든 조잡한 모형 제품을 들고 미국으로 건너갔다. 그는 “KOTRA의 소개를 받아 8개 업체를 방문했다”며 “지금 생각하면 무모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들”이라고 회고했다.

반응은 기대 이상이었다. 모형 제품과 디자인을 본 회사 담당자들은 “당신이 이런 제품을 안정적으로만 공급할 수 있다면 얼마든지 사겠다”고 말했다. 2011년 6월이었다.

그는 사업을 시작하기로 결심했다. 아르바이트 등으로 모은 2000만원과 신용보증기금 대출금 2000만원, 경진대회 상금 300만원 등 6000만원의 종잣돈을 마련했다. 지난해 4월 청년창업사관학교에 입학해 5700만원을 더 지원받았다.

○“포기하라는 말에 눈물”

문제는 제품을 안정적으로 만드는 기술이었다. 작은 배터리와 모터를 사용하다 보니 작업시간이 길어지면 과부하로 배터리가 터지는 문제가 생겼다. 그는 전국을 돌아다니며 전동공구 전문가 100여명을 만나 해결 방안을 찾았다. 번번이 “쓸데없는 일에 시간 낭비하지 말라” “불가능하다”는 얘기를 들었다.

이 사장은 이런 얘기를 듣고 돌아올 때면 ‘내가 지금 뭐하는 건가’라는 생각이 들어 울기도 많이 울었다. 그럴 때마다 “여기서 포기하면 넌 결국 그것밖에 안 되는 인물이 된다”고 자신을 채찍질했다.

그는 지난해 초 인천의 한 설계회사에서 “해보자”는 답을 들은 뒤 제품 개발 및 생산에 나섰다. 그해 6월 나온 시제품을 안고 다시 눈물을 흘렸다.

이 사장은 “고생했지만 반응이 좋아 기분이 좋다”며 “일본 수출량과 내달 예정인 보쉬와의 라이선스 계약, 국내 판매량 등을 감안하면 올해 100억원 매출은 거뜬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요즘 몸이 열개라면 좋겠다”는 얘기도 했다. 시장도 넓혀야 하고, 전동 드릴과 전동 그라인더 등으로 제품군도 확대해야 하는데, 졸업하려면 내년까지 계속 학교를 다녀야 하기 때문이다. 이 사장은 “한번도 안 된다는 생각을 미리 해본 적이 없다”며 “순간마다 최선을 다하는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며 활짝 웃었다.

박수진 기자 ps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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